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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허정무 포함’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6인, 특별 공로패 증정

대한축구협회는 과거 국가대표 선수로 A매치에 100경기 이상 출전한 6명의 올드 스타들에게 특별 공로패를 증정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대상자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국가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활약한 김호곤(71), 차범근(69), 조영증(68), 조광래(68), 허정무(67), 박성화(67)다. 공로패 수여 행사는 11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리는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팀 친선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열린다. 이들은 공로패를 받은 뒤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땀 흘려온 후배 대표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한국 선수 중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인정하는 A매치에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지금까지 모두 16명이다. 위의 6명 외에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이운재, 이영표, 이동국, 박지성, 기성용, 손흥민이 있다.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자 중에서 2000년대 이후 선수들에 대해서는 100경기째 또는 은퇴식에서 공로패를 주고 기념하는 행사를 했다. 하지만 그 이전 선배님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제공해 드리지 못해 늘 송구스러웠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오랫동안 기여한 분들을 예우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김호곤 현 수원FC 단장은 1971년부터 1979년까지 수비수로 활약하며 총 124회의 A매치에 출전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1975년부터 대표팀에서 은퇴할 때까지 주장을 맡았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1972년부터 1986년까지 대표팀에 몸담으며 A매치 136경기를 뛰었다. 홍명보와 함께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공동 1위고, A매치 58득점은 단독 1위다. 조영증 전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로 113경기에 출전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리그(NASL)에 진출하기도 했다. A매치 100경기에 출전한 조광래 현 대구FC 사장은 1977년부터 1986년까지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졌다. ‘컴퓨터 링커’로 불리며 정확한 볼배급을 자랑했다. 허정무 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1974년부터 1986년까지 대표팀에서 왼쪽 윙 또는 미드필더로 104경기에 나섰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을 포함해 30골을 넣었다. 박성화 전 올림픽,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1975년부터 1984년까지 센터백 또는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A매치 107경기에 출전했다. 1983년 K리그 출범 첫해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2022.11.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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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2022 ④미드필더] 거침 없던 진공청소기 김남일, 걱정할 게 더 많아진 정우영

일간스포츠는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아 현재 축구대표팀과 20년 전의 대표팀을 포지션 별로 비교하는 시리즈물을 연재한다. 2002년 6월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전설의 스쿼드를 돌아보며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을 더 흥미롭게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의 중원의 중심에는 유상철과 김남일이 있었다. 유상철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한·일월드컵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 쐐기 골을 터뜨렸을 정도로 공격에도 가담했다. 대표팀 경력 또한 풍부한 베테랑이기도 했다. 김남일은 수비에 집중했다. 상대가 한국 진영을 넘보지 못하게 꽁꽁 묶는 역할을 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왔고, 월드컵 대표팀은 2002년이 처음이었다. 김남일은 플레이도 거침없었는데, 툭툭 던지는 말은 더 거침없었다. 김남일은 월드컵 직후 ‘신드롬’이라 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 히딩크가 지어준 별명 ‘진공청소기’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본선이 열리기 전부터 김남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도 히딩크가 직접 지어줬다. 상대 선수를 빨아들이듯 수비한다는 뜻이다. “98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에드가 다비즈가 했던 롤을 김남일이 해주고 있다”며 극찬한 적도 있다. 다소 투박한 스타일의 김남일이 처음부터 축구 팬의 신뢰를 받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저돌적이고 창의적인 김남일을 기존의 미드필더들보다 더 믿었다. 김남일은 상대를 잘 막아내면서도 효율적인 패스를 하는 선수였다. 월드컵 본선에서 김남일은 조별리그 3경기 풀타임, 16강 이탈리아전과 8강 스페인전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김남일은 여러 면에서 이전의 한국 축구에 ‘반전’을 던졌다. 1990년대 한국 축구에서 미드필더 이야기가 나오면 그 주제는 늘 ‘플레이메이커’였다. ‘한국에 제대로 된 플레이메이커만 있다면 월드컵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게 언론의 단골 기사 주제였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기술이 좋은 선수보다 강인하고 터프한 김남일을 선택했다. 미드필더로서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낸 그는 반항적인 외모에 거칠 것 없는 말투로 순식간에 소녀팬까지 사로잡았다. ‘날 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그의 젊은 에너지가 4강 신화에 열광하던 팬들을 빨아들였다. 김남일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어록’을 만들어냈다. 한·일월드컵 직전에 치른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돌파를 막아내다가 지단이 다쳤다. 한국 기자들이 ‘지단 몸값이 얼만데…’라고 걱정하니까 “내 연봉에서 (치료비를) 까라고 해요”라고 툭 던진 게 그의 대표적인 어록이다(당시 지단이 기록한 세계최고액 이적료가 7500만 유로, 1000억원이 넘었다). 한·일월드컵 당시 노란색 염색 머리를 했던 김남일은 과거 축구가 하기 싫어 숙소를 탈출,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월드컵 직후 선수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 대국민 축하행사에서 “나이트에 가고 싶은 김남일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김남일은 터프한 플레이와 청춘드라마 속 반항아 남주인공 같은 이미지, 거침없는 언변 덕분에 아이돌 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팬들이 김남일과 닮은꼴 연예인을 꼽으면서 강동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정환·이동국 등 ‘꽃미남 공격수’가 아닌 터프가이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축구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대체 왜 김남일이 여자 팬에게 인기가 많은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플레이도, 신드롬 같았던 인기도, 무서울 게 없는 듯이 말하고 달려들던 김남일은 한·일월드컵이 남긴 최고의 ‘낭만 터프가이’로 기억될 것이다. ━ 한 명의 스타보다 팀으로 조화 우선 김남일 이후 한국 대표팀에는 오랜 기간 기성용(33·FC서울)이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기성용은 2019년 1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미드필더들은 아시아 예선 때부터 끊임없이 기성용과 비교당해야 했다. 지금의 미드필더들은 위축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로 정우영(33·알 사드) 이재성(30·마인츠) 황인범(26·서울)을 주로 기용해왔다.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선수가 정우영이다. 체격에서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그는 수비 가담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프리킥 능력도 좋다. 다만 정우영은 세밀한 패스나 창의적인 공격 전개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황인범과 이재성이 메워주는 조합이다.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지 고민하는 걸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A조 10경기 7승 2무 1패, 13득점 3실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고전했기에 이번 최종예선이 더 의미 있었다. 그런데도 대표팀 수비와 미드필더들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아시아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세계적인 강팀과 만나면 허리와 수비진이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그 중심에서 정우영이 비난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수비진 실수로 동점 골을 내준 후 동료들의 소셜미디어(SNS)에 비난 메시지가 쏟아지자 정우영은 “비난과 욕설을 멈춰주세요”라는 공개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베테랑 정우영은 수비의 중심을 잡는 동시에 맏형으로서 후배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정우영과 이재성이 부상으로 동시에 빠졌던 지난달 파라과이 평가전(2-2 무승부)에서 중원에 큰 공백이 생겼다. 역설적으로 이 경기를 통해 이들이 대체불가한 자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우영은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비롯해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대해 불안해하는 팬들에게 “감독님과 선수들은 오랜 기간 우리의 색깔을 준비해왔다. 믿음을 보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은경 기자 2022.07.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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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별 중의 별 홍정호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MVP를 수상한 전북 홍정호가 시상식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12.07/전북 현대의 주장 홍정호(32)가 7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1 프로축구 K리그1 대상 시상식에서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각 팀 감독(30%)과 주장(30%), 미디어(40%)가 매긴 점수에서 홍정호는 49.98점을 얻어 2위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39.45점)를 크게 앞섰다. K리그에서 수비수가 MVP를 받은 건 1997년 김주성(은퇴)에 이어 24년 만이다. 홍정호는 베스트11 수비 부문에도 이름을 올려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베스트11 수상이다.지난 시즌 은퇴한 이동국에 이어 전북 주장이 된 홍정호는 리그 5연패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지난 시즌 MVP였던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산둥 루넝) 이적으로 생긴 수비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전북은 올 시즌 37골만 내주며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홍정호는 수비 지역 인터셉트 2위(50회), 획득 4위(185회), 클리어 9위(85회), 차단 11위(100회) 등 수비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홍정호는 공격에서도 돋보였다. 지난달 28일 리그 37라운드 대구FC전(2-0승)에선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 귀중한 승점 3을 안겼다. 이 경기 승리로 전북은 울산보다 승점에서 앞서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홍정호는 “행복한 날이다. 내 포지션이 공격수보다 주목을 덜 받는 수비수라서 MVP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초보 주장 밑에서 고생해 준 고참 선후배들이 고맙다. 4년 전 해외 생활(독일·중국)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했을 때 찾아주는 팀이 많지 않았다. 그때 전북이 손을 내밀었다. 보답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동료와 함께했기에 최고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전북의 벽’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이 마침 아내의 생일이다. 좋은 상을 선물로 전하게 돼 기쁘다. 귀가 전 백화점에 들렀다 귀가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감독상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우승한 전북 김상식 감독에게 돌아갔다. 김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아 처음 한 우승이다. 감독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공부하는 한 해였다. 더 좋은 팀을 만들고 K리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16번째 결혼기념일인데 집에 바로 못 갈 것 같다. 상금으로 아내 (명품)백 하나 사서 집에 가야 안 쫓겨날 것 같다”며 웃었다.영플레이어상(신인상)은 준우승팀 울산 현대 수비수 설영우가 받았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스승인 유상철 감독님께 감사하다. 이 자리에 계셨다면 ‘잘 커 줘서 고맙다’고 하셨을 것 같다. 내년에는 우승이라는 선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까지 공격수였던 설영우는 울산대 스승이었던 유 전 감독의 권유로 포지션을 수비수로 바꿨다. 유 전 감독은 지난 6월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베스트11에는 주민규와 라스(수원FC)가 공격수로 뽑혔다. 주민규는 득점왕과 베스트11을 받아 MVP를 놓친 아쉬움을 달랬다. 미드필더 부문에는 세징야(대구FC), 이동준, 바코(이상 울산), 임상협(포항 스틸러스)이, 수비수 부문은 홍정호, 강상우(포항), 이기제(수원 삼성), 불투이스(울산)가 이름을 올렸다. 골키퍼는 조현우(울산)에게 돌아갔다. 올해 32경기에서 10도움을 기록한 김보경(전북)은 도움왕을 차지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12.0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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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이강인, 실력 증명해 봐

한국 축구의 두 ‘젊은 피’ 이승우(23·포르티모넨세)와 이강인(21·발렌시아)은 도쿄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운명이 걸린 마지막 테스트가 다가왔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두 차례(12, 15일 오후 8시) 열리는 한국과 가나의 두 차례 올림픽대표팀(24세 이하 팀) 평가전이 도쿄행 최종 관문이다. 올림픽 출전은 축구 인생에 새 이정표를 세울 중요한 도전이다. 게다가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영전에 승리를 전하려는 후배들 각오는 남다르다. 김학범(61)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달 말 최종 엔트리(18명)를 확정한다. 만 23세 이하 선수(도쿄 대회만 24세 이하)만 참가하는 대회이지만,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 3장이 있어 실질적으로 엔트리는 15명인 셈이다. 더구나 골키퍼(2명)를 빼면 필드 플레이어 자리는 13개다. 이승우와 이강인은 유럽파라고는 해도, 올림픽팀에서는 엄연히 후발 주자다. 여러 차례 소집훈련에 참가했던 국내파와 달리,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돼 김학범 감독 앞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가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속팀에서도 출전 기회가 적어 경기력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올여름 나란히 이적을 준비하는 두 선수에게 올림픽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릴 기회다. 특히 이강인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경우 병역도 해결할 수 있다. 귀국 거부와 입대 기피로 물의를 빚은 석현준(30·트루아) 사례에서 보듯, 해외에서 뛰는 군 미필 선수에게 병역은 중요 변수다. 이승우는 한국 축구선수로는 처음 국제축구연맹(FIFA) 연령별 월드컵 및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요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그간 17세 이하 월드컵(2015년), U-20 월드컵(17년), 월드컵, 아시안게임(이상 18년), 아시안컵(19년) 본선에 출전했다. 마지막 하나가 올림픽이다. 올림픽만 채우면 한국 축구에 새 역사를 쓴다. 차범근(68), 박지성(40), 손흥민(29·토트넘) 등 한국 축구의 최고 별들도 가보지 못한 전인미답 경지다. 국제대회 경쟁력은 두 선수의 장점이다. 이승우는 U-17 월드컵부터 아시안게임까지 연령별 대회마다 득점포를 터뜨리며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이강인은 2019년 U-20 월드컵 당시 팀의 에이스로 준우승을 이끌었고, 골든볼(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경험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을 증명했다. 유상철 전 감독 별세 소식은 두 선수를 더 단단하게 했다. 어린 시절 ‘날아라 슛돌이’ 멤버로 유 전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은 이강인은 소셜미디어에 “저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전 세상을 떠나셔서 마음이 아프다”는 애도 글을 적었다. 이승우도 에이전시를 통해 “유상철 감독님은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는 선배이셨다. 진심을 담아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조의를 전했다. 두 차례 평가전에서 김학범 감독은 두 선수는 테스트 기회를 충분히 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두 선수를 포함해 최종 엔트리 선발의 핵심 기준은 체력과 협력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매 경기 기복 없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지, 동료와 잘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유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1.06.1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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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싱가포르 출국 김도훈 감독 "한국 축구 자긍심 높이겠다"

김도훈(51) 라이온 시티 감독이 10일 싱가포르로 떠난다. 지난해 울산 현대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한 뒤 휴식을 취한 김도훈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간다.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라이온 시티 신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해외 진출을 앞둔 김도훈 감독은 8일 일간스포츠와 만났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후배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사망 소식 때문이었다. 빈소에 다녀온 김도훈 감독은 "너무나 안타깝다. 정말 좋은 선수였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할 일이 아직 많은데…"라며 침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마음을 추스른 김도훈 감독은 싱가포르에서 펼쳐질 새로운 도전에 대해 말했다. 그는 "6개월 동안 잘 쉬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다"며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니까 스트레스는 당연히 받을 것이다. 하지만 설렘과 기대가 더 크다. 싱가포르에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밝혔다. 라이온 시티는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씨(Sea) 그룹'이 홈 유나이티드를 인수해 라이온 시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싱가포르를 넘어 동남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그 과정 중 하나가 ACL 우승 사령탑인 김도훈 감독 영입이다. 그는 "아직 선수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 축구가 한국보다 수준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 강요하고 압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출 것이다. 싱가포르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맞춤형 전술과 전략을 준비할 것"이라며 "라이온 시티를 이끌고 다시 한번 ACL에 도전해보고 싶다. ACL에서 한국 K리그 팀과 맞붙는 상상도 해본다"고 기대했다. 외국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다.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좋은 예시다. 김도훈 감독은 "박항서 감독님도 베트남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 같다. 한국 선수들도 박항서 감독님을 잘 따르는 데엔 이유가 있다. 본받을 부분이 많다"며 "나 역시 싱가포르에서 한국 축구 감독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쉬는 동안 가장 많이 연락을 주고받은 이는 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이다. 이임생 감독은 라이온 시티의 전신인 홈 유나이티드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감독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있다. 리그컵 우승 2회와 리그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아울러 김도훈 감독은 "(전 소속팀) 울산이 끝까지 나를 믿어줬고, 편안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게 도와줬다. 그래서 ACL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ACL에서 우승해서 다음 직장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 선수들도 떠올렸다. 그는 "울산에서 '준우승 이미지'가 강했다. 리그에서 준우승, FA컵에서도 준우승했다. ACL까지 준우승하면 '준우승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웃으며 "선수들이 이 준우승 트라우마를 벗어나게 해줬다. 선수들과 정말 행복하게 축구를 했다. 그렇게 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이 경험을 교훈 삼아 싱가포르에 적용할 것이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놨다"고 자신했다. 성남=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1.06.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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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유상철을 추모하다

췌장암과 싸우던 '2002 한일 월드컵 영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7일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국내외 축구계는 슬픔에 빠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공식 계정에 유상철 감독의 선수 시절 국가대표 경기 출전 사진과 함께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대한축구협회를 비롯 유상철 감독이 지도한 마지막 팀인 인천 유나이티드, 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 등 K리그 팀들도 추모에 합류했다. 유상철 감독과 동고동락했던 동료들도 SNS를 통해 슬픔을 나눴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난 30년간 함께했던 동료이자 후배 유상철 감독의 안타깝고 슬픈 소식을 남긴다. 그가 걸어온 한국 축구를 위한 헌신과 노력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FC 서울의 미드필더 기성용도 "한국 축구를 위해서 많은 수고와 헌신을 해주신 유상철 감독님, 뵐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과 걱정을 해주셨던 그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구자철(알 가라파)은 'Legend'라는 문구와 함께 유상철 감독의 사진을 공유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 손흥민(토트넘)도 "당신과 함께한 그날의 함성과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방송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인연을 맺은 이강인(발렌시아)은 "나이 7살,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됐고,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남겼다. 유상철 감독에 대한 애도 물결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했다. 그는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너스, 가시와 레이솔에서 활약한 바 있다. 요코하마는 "유상철 감독은 4시즌 동안 80경기에 출전해 30골을 넣으며 리그 2연패에 공헌했다. 지난해 '다시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 했던 약속을 실현할 수 없게 돼 유감이다. 명복을 기원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가시와 역시 "아주 슬픈 소식이다. 한국의 국가대표 출신으로 J리그에서 활약했던 유상철이 세상을 떠났다. 가시와에서 33경기에서 14골을 넣으며 공헌했다. 진심으로 명복을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유럽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뛰었던 팀들이 추모에 동참했다. 손흥민의 소속 팀 토트넘은 "우리들의 2002 월드컵 영웅이었던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향년 50세의 나이로 별이 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한국어로 게시했다. 박지성이 활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한국의 위대한 축구 영웅, 유상철 감독의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의 가족들. 함께 슬픔을 나누고 있는 한국의 모든 팬 여러분들께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고 밝혔다. 유상철 감독을 향한 아쉬움은 축구에만 머물지 못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상철 선수가 국민들에게 보여주신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겁니다. 그 곳에선 아프지 마세요"라는 추모글을 올렸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리 세대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만들어준 사람"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2002 월드컵 신화의 주역이자, 우리 국민에게 정말 큰 기쁨과 희망을 준 분이다.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기는 등 정치인들도 마음을 표현했다. 최용재 기자 2021.06.08 14:41
축구

'슛돌이 꼬마→골든볼' 이강인, 스승님 비보에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세요"

이강인(20, 발렌시아)이 지난 7일 췌장암 투병 끝 향년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애도했다. 이강인은 8일 개인 SNS를 통해 "제 축구 인생의 첫 스승이신 유상철 감독님 제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 가지고 마냥 천진했던 시절,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상철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며 입을 연 뒤 이어 "그때의 저는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축구에서 있어서 만큼은 제게 항상 진지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때의 가르침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축구 인생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며 마쳤다. 올해로 만 20세가 된 이강인은 12년 전 KBS 예능에서 유상철 감독과 스승과 제자로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7년 방송된 '날아라 슛돌이 시즌3'의 어린이 축구단 감독을 맡았던 유 전 감독은 당시 7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독보적 기량을 선보였던 이강인을 발굴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대중의 큰 주목을 받게 된 이강인은 이후 스페인 발렌시아의 유스를 거쳐 현재 발렌시아 1군 팀에서 활약 중이며 지난 2019 FIFA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준우승으로 이끌고 대회 최우수선수(골든볼)를 수상하는 등 유 전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1월 다큐멘터리 '유비컨티뉴'에 출연한 이강인은 유 전 감독의 "내가 몸이 안 아팠으면 정말 스페인에 가서 경기도 보고 너 사는 것도 보고 싶었다"라는 말에 “오시면 되죠. 건강해지셔서 오면 좋죠. 스페인이 될지, 다른 곳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이라 답했다. 유 전 감독이 "내가 대표팀 감독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다시 만날 수도 있지"라고 말을 이었고 이강인은 "그러니까요. 그러면 진짜 좋을 것 같은데.. 다시 제 감독님 해주셔야죠"라고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바람만큼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김도정 기자 2021.06.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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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불사조 상철아, 하늘에선 훨훨 날아라”

7일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별세 소식을 접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그저 황망할 뿐”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유 감독 부고를 가장 먼저 전해들었다는 그는 “최근에 (입원 치료 중이던) 병원 관계자로부터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홍 감독은 한국축구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02 한ㆍ일월드컵 4강 신화를 고인과 함께 이뤘다. 대회 한 해 전인 2001년 치른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서 유상철이 코뼈가 부러진 상태로 헤딩 골을 넣어 2-1 승리를 이끈 장면은 선배인 홍 감독에게도 존경어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회 이후엔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홍 감독은 “(유상철의 헤딩골은) 한국 축구의 투혼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면서 “존재 자체만으로 든든한 후배였다. 지도자로 거듭난 이후에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책임감이 대단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8일 중 2002년 월드컵 멤버들과 함께 조문할 예정인 홍 감독은 “항암치료의 고통이 상당했을 텐데, 상철이는 늘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하는 이들을 배려해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면서 “축구인 유상철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화려하게 일어섰던 불사조 같은 존재였다. 이제 하늘에서 마음껏 축구하면서 한국 축구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1.06.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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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지도자 꽃이 피었습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찬란했던 영광, 2002 한·일 월드컵이다. 한국은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세계적 강호들을 연파하며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를 달성했다. 한국은 붉은물결로 뒤덮였고, 2002 4강 신화를 쓴 주역들은 한국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그후 18년이 지난 지금, 한국 축구는 여전히 2002 신화가 남긴 유산과 함께 살고 있다. 2002 주역들은 월드컵 이후 세계 각지에서 선수로서 가치, 한국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모두 현역에서 은퇴했다. 은퇴한 후에도 2002년의 유산은 계속됐다. 주역들이 지도자로 입문하면서 한국 축구는 다시 2002년의 힘을 받을 수 있었다. 맏형이었던 홍명보가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수행하면서 가장 먼저 지도자로서 빛을 냈고, 황선홍도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잡으며 K리그를 지배했다. 최용수는 FC 서울의 레전드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들 선두주자의 결실과 영광은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지도자의 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이들이 2002 지도자 씨를 뿌렸다면 후배들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2002 멤버 대부분이 지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선임되며 지도자의 길이 아닌 행정가의 길을 선택했다. 황선홍 감독은 K리그2(2부리그) 대전하나시티즌 초대 감독으로 새로운 돌풍을 시작했다. 최용수 감독은 서울에서 굳건한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다. 2020시즌 K리그에 2002 세대 신임 감독들이 등장했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K리그1(1부리그) 성남 FC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김남일 감독은 4경기에서 무패 행진(2승2무)을 달리며 리그 3위에 올라있다. K리그2 경남 FC의 설기현 감독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K리그1 서울과 성남, K리그2 대전과 경남의 경기가 다른 경기보다 큰 이슈를 받은 이유도 2002 주역 지도자들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김태영은 K3 천안시축구단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윤정환 역시 꾸준히 감독직을 수행했고 지금은 J2 제프 유나이티드 감독이다. 차두리는 서울 유스팀 오산고 감독으로 부임했다. 건강 상 이유로 잠시 휴식 중인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명예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코치로 차기 감독을 꿈꾸는 이들도 많다. 최태욱은 국가대표팀 코치, 이민성은 올림픽대표팀 코치다. 최진철·이을용·이운재·최성용·최은성 등도 코치로 지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2002 멤버들이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의 기둥을 세우고 있다. 지도자로서의 인생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함께 뛰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그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영광과 경험. 그들만으로 끝나지 않고 후배, 제자들과 공유하고 전수하면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002년 신화가 18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의 이름은 여전히 한국 축구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서 자라난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다시 한 번 스승이 누렸던 영광을 재현해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2002 세대는 한국 축구와 영원히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이름이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20.06.03 06:00
축구

행정가 이천수 “유상철 형 영입 최고 선택”

“(유)상철이 형한테 감독직 제안하던 순간이 안 잊혀요. 친한 사람 선임했다고 할까 봐 관둘까, 우리 팀 살릴 적임자라고 밀어붙일까 엄청 고민했거든요. 믿고 모셔온 게 올해 한 최고 선택이 됐네요.” 2019년을 돌아보는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이천수(38) 전력강화실장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시즌 중후반까지 강등권이던 인천은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1부 리그에 잔류했다. 축구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팀 상황에 맞는 감독과 선수 영입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 인천 도원동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 실장은 “남들은 몇 년에 걸쳐 경험한 걸 한 시즌에 다 겪느라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반전 드라마 뒤에는 이 실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올 1월 팀에 합류한 그에게 사무실 생활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는 “어느 팀이든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선수였던 사람이 갑자기 프런트라고 끼어 있으니 직원들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사인은 유니폼이나 A4용지에 했는데, 사인할 서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웃었다. 남들보다 2시간 일찍 출근했다. 그러다가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서울 자양동에서 인천 영종도로 이사했다. 그는 “축구 기본기 다지듯, 신입사원의 자세로 업무에 임하자 직원들도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일에 적응한 이 실장은 행정가로서 본격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게 공격적인 선수 영입이다. 그는 전북에서 주전급 선수를 여럿 영입해 호평을 받았다. 인천이 약체라 거절할 것 같은 선수들도 “어린 시절 우상 이천수 선배가 불러주니 인정받은 기분”이라며 이적에 응했다. 그는 “전북에서 선수를 데려온 건 상징적인 일”이라며 “매번 강팀에 선수를 내주기만 하는 인천이 아니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망주 육성도 주요 성과다. 이 실장은 부평고 1년 후배 김정우(37)를 설득해 유스팀(대건고) 감독으로 영입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경우다. 예산도 5억원 이상 늘렸다. 만년 2위 대건고는 올해 창단 후 처음 2관왕에 올랐다. 이 실장 책상 위엔 깨알 같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수첩 5권이 있다. 그는 “상대 분석, 스카우트, 연봉, 스폰서, 선수 집 주소 등 온갖 내용이 적혀있다. 민감한 사안도 많아 일부러 흘려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태어나 뭔가 이렇게 많이 쓴 건 처음이다. 사무실에 불이 나면 수첩만 들고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향적인 이 실장은 예전과 달리 인터뷰 내내 크게 웃지 않았다. 췌장암을 투병 중인 유상철(48) 감독을 생각해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두 사람은 4강 신화를 함께 썼다. 지난 5월 부임한 유 감독은 이 실장과 서로 의지하며 팀을 이끌었다. 투병 소식을 처음 접한 건 팀이 한창 뒷심을 내던 10월쯤이다. 이 실장은 “(유)상철이 형이 전화로 대뜸 ‘췌장암이다. 이 실장에게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꿈꾸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온종일 멍하게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마음을 추스른 이 실장은 유 감독에게 “몸만 허락하면 (팀과)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유 감독 생각도 같았다. 유 감독은 병마와 싸우며 인천의 1부 잔류를 이끌었다. 이 실장은 “마지막 경기 후 상철이 형을 찾아가 ‘수고하셨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 감독이 ‘힘들 때 옆에 있어 준 이 실장 고맙다’고 답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유 감독 승부는 지금부터다. 반드시 그라운드에 다시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의 2020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그는 내년 1월 태국 전지훈련 일정을 준비하는 등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선수 영입 작업도 한창이다. 주말, 휴가도 없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즐겁다. 그는 “나는 ‘어린’ 행정가가 아니라 ‘젊은’ 행정가다. 지켜봐 주면 멋있는 시민구단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천=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12.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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